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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만기의 포천 톺아보기> 캐스트러의 신 포도 "실패가 패배는 아니다"
기사입력: 2023/11/14 [13:16]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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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뉴스

이솝우화에 나오는 신 포도 이야기가 있다. 높은 가지에 매달린 맛있어 보이는 포도를 따먹을려던 여우는 뜻을 이루지 못하자 자신의 시도를 포기하면서 "저 포도 실거야"하고 돌아섰다는 이야기. 이솝은 우화를 통해 여우를 비꼬고 있다. 따먹으려고 애쓸 때는 언제고, 따먹지 못하게 되자 돌아서며 악담을 하다니.

 

캐스트러의 우화에서는 이 이야기를 비틀고 있다. 그 여우가 갖은 고생 끝에 드디어 그 포도를 따먹게 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그 포도는 정말 시었다는 것이다. 여우는 자기가 그렇게까지 힘들게 따먹은 포도이기에 그것이 맛없는 신 포도였다는 것을 입 밖에 내려고 하지 않는다. 더구나 다른 여우들이 모두 자기를 부러워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 여우는 자기 자신까지 속인다. "이것은 결코 신포도가 아니란 말이야.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포도지. 너희들도 나처럼 할 수 있다면 높이 점프해서 이 포도를 따먹어봐. 할 수 있다면 말이야" 여우는 신 포도를 계속 따먹다가 마침내 위궤양에 걸려 죽게 된다는 것이다.

 

이솝은 우화를 통해, 포도를 따 먹으려다가 먹을 수 없게 되자 돌아서는 마당에 자신을 합리화하는 여우를 비꼬고 있다. 여우가 조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은 일인가?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면 된다.'고하지만 모든 노력이 다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란 걸 우리는 너무도 잘 안다.

 

개인의 역량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일 수도 있고,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 자격과 관계없이 갑작스런 사회의 시스템의 변화에서 생기는 일일수도 있다. 그렇다면 애쓰던 일을 포기해야만 하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깔끔하게 승복할 수도 있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차원에서 추구하던 목표에 독설을 퍼 부우며 미련을 떨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하지만 캐스트러의 우화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여우 자신이 죽었다. 자기 자신까지 속인 그릇된 행동의 당연한 결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여우가 자신을 선망하던 다른 여우들에게 한때나마 그릇된 환상까지 심어주었다는 점이다. 보는 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신 포도 맛을 보았다면 뱉어버리고 맡았을 것을, 남의 시선이 무엇이길래 그 여우는 그런 행위를 계속 하다가 목숨마저 잃었을까?

 

'사회적 동물'이라고 명명된 인간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어도 없다. 하지만 남이 보는 눈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20세기 3대 석학 중 한 사람인 철학자 러셀은 할아버지로부터 성경책을 물려받았는데 거기엔 이런 글귀가 씌여 있었다고 한다.

 

'만인이 행하는 악이라고 너도 행하지 마라.' 그는 70이 넘은 나이에 반핵 시위에 참가하여 실험을 살기도 했다.

 

반면에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공산주의의 오류를 알고서도 죽을 때까지 공산주의를 옹호했다. 물론 신념에 관한 일이지만 스스로 너무 멀리 왔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사르트르 생전에 공산주의가 몰락했다면 그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부단히 남의 시선을 의식한 채 자신의 인생을 살지 못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삶의 형태이다.

 

포기할 때는 포기할 줄 아는 용이가 필요하고, 힘들 때는 힘들다고 남의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실패도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인생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 인생은 더 풍요로워 질 수 있고 당당해 질 수 있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통해 주는 메세지처럼 '인생은 실패했다고 패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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