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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산면 주민이 닭과 동거하는 법1
기사입력: 2020/10/31 [11:1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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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천뉴스

한 여름 파리 한 마리가 밥상 언저리에서 윙윙 거린다.

 

새끼 손톱만한 크기의 까만 물체가 내는 소리에 온 몸의 신경이 집중된다. 어디서 만들어져 날아온 건지 저 파리의 출신이 궁금해진다.

 

파리는 똥 위에도 앉았다가 꽃잎에도 앉았다가 손 등 위에 앉았다가, 이마에도 앉았다가 이 밥상 위 김치 그릇과 국그릇과 밥 그릇 위를 유유자적 목적 없이 비행하는 중일 테지만, 그의 출신이 가산면인지, 일동면인지 우리는 알 바 아니다. 파리들끼리는 출신 성분을 따지지도 않는다. 떼를 지어 똥을 찾아 날아다닐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파리를 반드시 사살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이 흠뻑 분비되는 걸 느끼며 파리채를 찾을 뿐이다

 

파리 한 마리 때문에 식사가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 파리를 잡아야 한다.

 

어떤 날은 그 한 마리 파리 때문에 온 집안을 파리채를 들고 동분서주할 때도 있다. 그렇게 파리는 그냥 싫다. 금빛 찬란한 똥파리는 더 싫다.

 

그런데 수 십 마리 파리들이 우리 집 주변을 날아다닌다면. 마을길을 걸으면서, 집에 앉아서도 그 파리가 불시착했을지 모를 닭똥 냄새를 들이켜야 한다면.

 

가산면 우금리 마을 인근의 양계장에는 매일 123톤의 닭똥이 만들어진다. 생산되어 쏟아져 쌓인다. 그 공장에 거주하는 닭들은 980,000 마리다. 가산면 인구는 4,113세대 7,775명이다.(20191231일 기준) 포천 시 전역에는 150,676명 사람이 거주한다.

 

그 닭똥이 쌓이는 공장 한 켠 계분장에서 뿜어내는 냄새로 생활이 안 된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0여명이 모여 간담회라는 형식을 취했는데 참석한 이들 얼굴에는 계분이 뿌려진 듯, 잔뜩 찌푸려있다. 밥과 국 위에 둥둥 떠 있는 파리 사체들을 보면서, 닭 비듬을 온 몸에 뒤집어쓴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하면 입에서 닭똥이 쏟아질 것처럼 목이 메여 소리쳤다.

 

닭똥 냄새나면 토요일인줄 안다! 6시에서 7시 사이에 똥 냄새가 나냐!”

면사무소 강당에는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도 그들을 바라보는 내내 닭똥 냄새가 진동했다.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상상만 해도 닭 똥 냄새가 진동한다.

 

농사일을 하다가 새참을 먹을라치면 밥에 파리를 말아먹는다든가, 아침 저녁 정성으로 돌보며 키운 포도송이를 감싼 종이를 뒤덮은 닭 비듬 하얀 가루, 날짜 가는 줄 모르고 일에 바쁜 가운데 닭똥 냄새가 나면 토요일이구나, 일요일이구나, 저녁 6(공무원 퇴근 시각)가 넘었구나, 알아챈다는 울분 섞인 하소연을 듣다보면 윙윙 거리는 파리와 닭비듬과 똥 냄새로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진다.

 

포천시에 거주하는 15만 명의 사람들도 폐수를 만들고 분뇨와 쓰레기를 만들 것이다. 공공하수 처리시스템에 의해, 폐수처리 설비에 의해, 생활폐기물 수거 위탁 업체에 의해 사람들의 그것은 최대한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버려지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마을에 거주하는 98만 마리의 닭들은 자기들 스스로 폐수처리, 분뇨처리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므로, 그 닭들의 관리자 혹은 소유자가 시스템을 만들고 설비를 하여 처리해야 한다. 똥 싸는 닭에게 무례하다고 할 마을사람은 없다. 닭이 싼 똥을 방치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마을 사람들이 호소하는 것이다. 그는 닭이 싼 똥으로 돈을 벌기도 하고, 그 일에 관계된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고 돈을 주기도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9마리가 싸는 똥은 감당할만할 것이다. 퇴비로 써도 되고, 냄새도 참아낼 만한 것이다. 90마리, 900마리, 9,000마리, 90,000 마리, 900,000마리가 싸는 똥을 생각하면, 심각한 환경 오염이고, 대기 오염이고, 수질 오염이고, 주거 오염이다. 닭똥에 파묻혀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하다.

 

98만 마리와 거주 지역을 공유하는 순박한 농촌 주민들에게, 그 사람들이 파리와 동거동락 하거나, 땅을 사러 온 사람들이 코를 싸매 쥐고 되돌아가는 절망, 허탈, 분노를 위로해 줄 장치가 필요하다.

 

장치는 국내에는 없는 독일식 최신 공법이 아니라, 일본 최고 기술자의 개발되지 못한 신기술, 설치된 적 없는 새로운 설비가 아니라 포천시의 행정력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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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에서 닭똥내가 풀풀ㅠㅠ 하우스닭똥내 20/11/01 [10:40] 수정 삭제
  비닐하우스에서나는 닭똥내도 심각합니다...그것도 부숙되지않은 생똥을 차로 퍼날르는건 왜 단속을 안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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