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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고>
포천마홀 무념산책(24)
역사의 수레바퀴는 되풀이 된다
기사입력: 2019/11/22 [11:3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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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현덕 시민평론가

정묘호란 당시 조선 조정은 강화도로 피신했다. 후금의 군대는 더 이상의 공격을 못하고 화친조약을 체결한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갔다. 병자호란을 일으킨 후금은 정묘년의 경험을 거울삼아 기마부대를 신속하게 강화도로 보내 조선 조정의 피난길을 차단했다.


급해진 조선 조정은 강화도 대신 남한산성으로 피신했지만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항복했다. 강화도를 유일한 피난처로 사용하는 단순한 전략과 왕의 피난시간을 조절하지 못한 조정 대신들의 어리석음이 가져다준 결과였다. 


호란은 우리 민족이 겪지 않아도 될 전쟁이었고 단지 외교적 무능이 자초한 전란이었다는 생각이다. 잘 나가던 광해의 중립 외교 노선을 갑자기 친명배금 노선으로 바꾸더니, 최명길의 상소에 따라 뒤늦게 화친 사절을 보내는 등 갈팡질팡한 외교와 지피지기를 못한 인조의 우유부단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청군이 이미 압록강을 향해서 오고 있는데 뒤늦게 화친사절단을 출발시켜서, 사절단이 압록강을 건너기도 전에 청군이 강을 건넜으니 조선의 외교는 무능 그 자체였다. 이괄의 난도 중요했고, 명의 장수 모문용이 조선에 피신한 사건도 그랬고, 흉년이 겹친 것도 악재였으나 그런 모든 것은 곁가지에 불과했다.


돌이켜 보면 대북파 이이첨이 꾸며낸 ‘칠서의 난’이 계축옥사로 확대될 때부터 예고된 재앙이었다. 대북파는 영창대군을 비참하게 죽였고, 영의정 이덕형과 좌의정 이항복 등 서인과 남인들을 유배시키거나 관직에서 쫓아냈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인목대비마저 폐위 당했으니 그 한이 쌓여서 죽기를 각오한 인조반정이 일어났다. 그에 따라서 친명배금의 명분론이 득세했고, 결국 나라를 망하게 했다고 보아야할 것 같다. 


임진난의 상처가 아직 남아있던 판에 대북파가 벌인 계축옥사가 권모술수의 늪의 변두리라면 삼전도의 수치는 백성의 피를 쥐어짜는 고통의 출발점이었다. 결국 국내 정치가 권모술수로 물들어 썩어있었던 것이 백성을 도탄에 빠트린 원인이었다.


이 통한의 사건에 개입했던 여러 중신과 주변인들 입장에서 보면 모두 나름대로 명분을 가지고 역사의 격랑 속을 헤쳐 나가려 했을 것이다. 권모술수였는지 대의명분이었는지 구국의 일념이었는지는 오로지 자신의 양심만이 알 일이다.


조선 건국의 지도자였던 정도전의 응천순인정신을 마음에 새기어 민본을 정치 이념으로 지켰다면 삼전도의 치욕은 당하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었다.


사실 조선은 그렇게 약한 나라가 아니었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매우 강한 나라다. 문제는 당시의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시기였는데, 마침 그때 국내에서는 계축옥사, 인조반정, 이괄의 난, 그리고 거듭된 흉년이 겹쳐져서 국가의 기강이 해이해지고, 부패가 극심하여 부국강병의 기틀이 무너졌고 국력이 쇠퇴했다.


필자가 아연 놀란 것은 그때의 정세가 지금의 정세와 상당히 똑같아 보인다는 점이다. 명청의 대립을 미중의 갈등으로 보면, 북한 왕조의 마지막 몸부림이나 일본의 얄팍한 무역공격 같은 혼란스러운 악재가 서로 겹쳐져있다.


현실 정치를 보면 여야가 공수처를 만들어야한다느니 절대로 만들면 안 된다느니 하면서 정국을 혼미한 상태로 이끌고 있다. 또 가짜뉴스와 청취율 만능의 인터넷 일인 방송 등은 양심과 정의를 뒤로 한 채 정국을 혼란 상황으로 인도하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역사는 정묘, 병자호란 시기의 조선 조정의 모습과 똑같이 반복되는가’라는 생각에 흠칫 놀라며 전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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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역사인식 백로주민 19/11/25 [14:52] 수정 삭제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해보자는 훌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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