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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사제보와 특종 사이에서
기사입력: 2019/08/22 [10:09]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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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태 편집국장

포천뉴스 제호 옆에 기사제보를 해달라고 전화번호를 올렸다. 그랬더니 신문이 배포된 바로 그날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왕방 전원마을 급수물탱크에서 수돗물이 흘러넘쳐 길가에 방류되고 있는데도 공무원들이 아무도 나와 보지 않는다는 흥분된 목소리의 첫 제보였다.

 

그런데 이분은 기자가 이름을 묻자 “내 이름을 알아서 뭐하냐”며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분은 기사제보의 기본이 제보자의 이름과 신상부터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신원마저 밝히지 않는 사람의 말을 거르지 않고 무조건 취재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다음은 소흘읍 이동교리에서 인삼밭을 경작하는 농부로부터 온 제보였다. 이번 장마로 윗 논에서 바로 아래에 있는 자신의 인삼밭에 물이 들어와 피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은 인삼밭에 물이 들어와 3년 농사를 다 망쳤다. 베트남에 수출 계약까지 마쳤는데, 이 인삼이 썩으면 누가 보상해 주냐”며 화를 냈다.

 

그는 “소흘읍사무소 산업팀에 신고했더니 공무원이 나와 둘러본 뒤, 이 건은 윗 논 주인과 당사자끼리 해결할 문제다”며 그냥 돌아갔다는 사실에 더욱 흥분했다. 소흘읍 산업팀 관계자는 “이번 수해피해로 신고가 몇 건 들어왔는데, 법을 잘 모르는 분들이 개인적으로 해결할 문제까지 무조건 신고 부터한다”면서 “공무원들은 원칙적으로 주민 당사자끼리 해결해야할 민사문제에는 개입하지 않는데, 신고자들은 공무원들의 그런 태도를 소극적이거나 해결의지가 없다고 보고 섭섭한 마음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ΔΔ체육문화센터의 헬스장 회원이라고 밝힌 여자 분의 제보였다. 헬스장 중간에 비상구가 있는데 평소 주민들은 이 비상구를 통해 강당으로 다녔다. 그런데 관리자가 비상구 입구를 큰 헬스기구로 막아놓았다는 것. 그리고는 ‘홍체 인식 변경 예정’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을 막아 놓았다는 내용이었다. 비상구라는 것이 말 그대로 급할 때 여는 문인데, 그러면 홍체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급할 때 어떻게 문을 연다는 말인가. 기자가 막상 취재를 하려고 하자 제보자는 관리자와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보겠다며 제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전해왔다.

 

8월 첫날에 걸려온 전화제보를 접하는 순간 기자는 본능적으로 촉각이 곤두섰다. 영중면 환경지킴이 회원들이 보내온 글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이었다. 제보내용은 ○○공단에서 7월 28일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무려 7시간 동안 장마철을 틈타 양평천에 무단으로 폐수를 방류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진도 선명했고 동영상도 시커먼 폐수가 방류되는 모습이 생생하게 찍혀 있었다.

 

특종이었다. 제보자와 급히 통화했다. 이 제보자는 ○○공단은 8월 2일 밤에도 폐수를 무단 방류하기 위해 준비한다는 소식이 있으니 밤새 지켜보다가 이번에는 증거확보를 확실히 하고 사진촬영까지 다시 해서 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일이 어떻게 새어나갔는지 ○○공단은 방류 준비를 모두 마치고도 그날 폐수를 버리지 않았다. 제보자와 다시 약속을 하고 며칠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더 이상 폐수방류는 없었다. 제보자의 말로는 이 마을 이장이 공단의 책임자와 술자리를 하면서 폐수문제를 거론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공단은 포천뉴스에서 폐수방류를 취재 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폐수방류를 포기했다면 그것은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이제는 마음대로 폐수방류를 하지 않고 조심할 테니까. 그래서 더 이상의 환경파괴는 막을 수 있었으니까. 비록 특종은 날아갔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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