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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경기자의 여행기>
만년설이 흐르는 투르판
기사입력: 2019/08/08 [16:4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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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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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황무지 사막을 가로질러 중국의 서쪽인 투루판으로 향하던 기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홍수가 나서 기찻길이 끊겼기 때문이란다. 사막에 홍수라니? 창밖을 보니 황무지에만들어진 농토들이 물에 잠겨엉망이 되었고 흙으로 된 집들은 아예 주저앉아 버렸다. 연간 강수량이 16mm밖에 되지 않고 증발량은 3,000mm나 되는 건조지역이다 보니 비에 대한 대비가 아예 없었는지 사람들은 망연자실하게 바라만 보고 있다.

 

다행히 대여섯 시간이 지나 기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사막의 분지 오아시스 도시인투루판에 도착했다. 투루판을‘불의 땅(火洲)’이라고도 한다더니 기차에 내리자마자 다가오는 열기에 몸이 뒤로 밀리는기분이다. 보통 한여름은 40∼50도이다.


불가마 속 같은 열기에 긴팔과 긴 바지에 스카프를 쓰게 된다. 이곳은 서역이라고 하는 중국땅이지만 한족과는 전혀 다른사람들이 살고 있다. 서양인처럼 깊고 큰 눈에 높은 코를 가진 위구르인들이다. 투루판의 남쪽은 죽음의 사막이라고 불리는 타클라마칸 사막이고 북쪽은 천산산맥을 비롯해서 만년설로 뒤덮인 고산지대이다. 서유기에 나오는 화염산도 이곳에 있다. 삼장법사일행이 경전을 구하려 서역으로 가다가 화염산에 이르렀는데 땅이 불타고 있어서 지나갈 수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손오공이 파초선을 구해서 부채질을 하자 비가 내려 화염산이 식어서 지나갈 수 있었다는 대목이 있다. 화염산은 정말 풀한포기 없는 붉은색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여름의 지표면 온도는 80도나 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이름 그대로 화염산이다.


풀 한포기 내지 못하 는 환경이지만 투루판은 실크로드의 중심 도시로 풍요로운 생활과 문화가 있던 곳이다. 그것은 2,000여 년 전부터 만들어 온 지하 인공수로인 카레즈(karez) 때문이다.


여름이면 만년설이 녹아서 화염산에 이르러 지하수원이 된다. 이 지하수원에서 황무지 사막을 거쳐 마을까지 수십 미터간격으로 촘촘히 우물을 파고, 그 우물들을 지하터널로 연결해서 만들어진 지하관개수로가 카레즈이다. 현재 1,000여개의 카레즈가 투루판 곳곳으로 모세혈관처럼 연결돼있다.그 길이를 합치면 5,000km나된다고 한다.

 

이 수로는 대문앞까지 연결되어서 집집마다 만년설이 세차게 흐른다. 간단한 도구와 사람의 손만으로 이루어진 이런 한 개의 카레즈를 완성하는 데는 5년에서 10년이 걸리는 어려운 공사인데, 마을의 유지가 되면 카레즈를 만드는 것이 덕목이란다.


이 지하수로가 사막의 푸른 오아시스 도시를 만들었고 이 만년설로 키운 투루판의 포도는세계최고를 자랑하는 특산품이다.


시내인근의 포도원을 방문했다. 포도원 옆의 수로에서는 설산을 거쳐 온 만년설이 빙하 색을 띠며 마치 계곡처럼 흐른다. 알맹이가 작은 청포도 넝쿨로 만든 멋진 그늘 아래서 수북이 놓여있는 다양한 색깔의 포도와 건포도들의 엄청난 당도를 맛보며 투루판을 느낀다.

 

우리는 여름이 시원하기를 바라지만 이곳 사람들은 여름이 뜨겁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만년설이 많이 녹아야 수량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한여름의 뜨거움이 강할수록 마을을 풍요롭게 만드는 만년설의 세찬 물줄기가 작은 반도(半島)에서온 나의 머리를 시원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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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판 장군 19/08/12 [23:04]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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