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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축산단지 분뇨, 포천의 강을 죽인다
악취 피해 3년 개선 기미 없어…인근 하천 오염실태 끔찍
기사입력: 2019/05/13 [09:58]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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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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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축산단지의 악취 피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축산 단지와 인접한 포천시 관인면 주민들의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 악취는 아침 해가 뜰 무렵에 극에 달한다. 관인초등학교 통학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입과 코를 막은 채 교실로 뛰어 들어간다. 그러나 교실 안이라고 해서 악취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주민들은 창문을 열지 못하고 빨래를 널 수 없다. 악취가 배어든 옷은 입고는 외출할 수 없을 정도다. 각종 작물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엔 파리떼를 동반한 악취 때문에 작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관인면 중심가에는 빈 상가가 즐비하다. 악취 때문에 마을을 떠나려고 집과 논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집값, 논밭의 매매가는 끝 모르게 떨어지고 있어 주민의 재산권 침해도 심각하다. 2016년부터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와 오지리 일대에 들어선 대규모 축산단지 조성이 과연 적법한 것이었느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철원군은 이 지역 일대에 지난해 4월까지 86건의 인·허가를 내줬다. 면적만도 수십만㎡에 이른다. 현장에는 지금도 여러 개의 새로운 축사 건축공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축사 사이사이에 논이 있고 모내기를 한 흔적이 보이지만 사실상 이 논은 논이 아니라 축산 분뇨의 배출 루트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인허가를 받은 86건 중 절반이 넘는 46건은 ‘개발행위허가’ 없이 축사 인·허가를 받았다. 주민들은 이를 심각한 법률 위반으로 지적하고 있다. ‘지표면에서 절성토가 50㎝ 이하일 때는 토지형질변경허가 없이 축사를 지을 수 있다’는 규정을 이용해 개발행위허가 절차를 피해갔다는 것이다. 축사 인허가와 관련해 전현직공무원, 건축주 등 총 28명을 지난 3월 초 의정부지검에 고발되기도 했다.

 

포천시 관인면 주민들이 당하는 애꿎은 피해는 말할 것도 없지만, 철원군 동송읍 주민들이 당하는 고통과 피해도 막대하다. 동송읍 양지리 축산단지는 안보관광으로 매년 수십만 명의 방문객이 오가는 관광의 요지다. 신규 허가가 난 대부분의 축사는 제 2 땅굴의 유일한 출입로에 접하고,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집단 서식지 부근에 집중돼 있다.

 

오지리 번개뜰 축산단지는 주민 5000여명의 생활터전과 겹친다. 동송읍 오지1리, 상노1리, 장흥1리, 그리고 포천시 관인면 마을 한 가운데 들어서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의 가격 하락이 이미 시작됐거나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청정철원의 이미지가 무색해지고 있고, 바로 옆 포천시 관인면 주민의 분노도 극에 달한 상태다.

 

4월 29일 기자가 찾은 현장의 모습은 참혹했다. 악취도 심각했지만 축산단지 인근의 하천들은 가축분뇨 퇴적물과 분뇨 폐수 때문에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다. 관인면 탄동리에 조성된 왕복 3.4km의 산수유 산책로에는 인기척이 끊긴지 오래다.

 

2010년 설치된 운동기구들만 벌겋게 녹슬어 흉물이 되어 있다. 탄동 1동과 초과 1, 2리를 흐르는 연정천과 탄동천의 일부는 그나마 하천정비가 잘 돼 있는 편이지만 축산단지와 인접한 하천의 오염 실태는 끔찍하다. 오염된 물은 약 5km를 흘러 한탄강에 도달한다. 축산분뇨가 철원, 포천의 들과 개천을 지나 한탄강물을 더럽히고 있는 양상이다. 

 

하천의 제방은 말라 죽은 돼지풀의 잔해만 무성하다. 계절은 봄의 한 가운데에 와 있지만 제방엔 풀이 자라지 않는다. 초과 2리를 흐르는 연정천만은 그래도 맑은 물과 초록을 유지하고 있다.

 

초과 2리 박광복 이장을 중심으로 연정천을 살리려는 그간 주민들의 노력이 그나마 효과를 거둔 결과다. 관인면환경악취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 이장은 그간 주민들의 노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강뚝의 돼지풀을 모조리 제거하고 미나리 밭을 일궜다. 분뇨 잔해가 겹겹이 쌓인 강 바닥을 두 번이나 뒤집었다. 미꾸라지를 풀어서 오염된 물을 정화했다. 악취는 축산단지에서도 오지만, 썩은 강물과 바닥에서 주로 기인하는 것이다. 그 동안의 싸움을 통해 하천을 살려야 악취가 완화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악취 제거에 가장 효과가 큰 힘을 발휘하는 식물 중 하나가 찔레꽃이다. 박 이장은 예산만 확보되면 강둑에 꽂잔디와 찔레꽃을 심을 생각이다. 거기에 장미 넝쿨을 심어 찔레와 접붙이면 악취에 대항하는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이장의 구상이다.  

 

 그간 관인면 주민들은 국회와 경기도, 강원도 등을 찾아가 악취고통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관인면 현장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가축분뇨의 무단방류를 감시할 수 있는 초소와 축산단지 인근 연정천과 탄정천을 정비할 수 있는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지사는 도에서 지원할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고, 시는 올해 1월 말 2억2천여만 원의 하천정비 예산을 도에 올렸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4월 말까지도 도의 예산 지원 방침은 나오지 않고 있다. 박 이장은 "도의 예산이 신속하게 집행돼 악취의 원인 중 하나인 관인면 일대 오염 하천 정비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십개의 축사가 집단화를 이루고 있지만 강원도의 축산분뇨처리시설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극소수의 업체만이 가축분뇨 위탁처리를 이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악취문제 해결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관인면 주민들은 무악취 축분처리시설을 적용한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소재 농장을 모범사례로 꼽고 있다. 주민들이 지난 1월 견학한 이 농장은 퇴비공장을 겸할 만큼 규모가 크다. 돈분 원수에 고형화제와 수분조절제를 투입해 고형화시키는 방식을 채용한다. 악취원인의 대부분을 제거했고, 고품질의 퇴비생산에도 성공했다.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고, 농산물 수확을 증대한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연간 가축분뇨 발생량은 약 6440만톤으로 이 중 돼지 분뇨가 3461만톤(53.7%)으로 가장 많고, 한육우(34.4%), 닭(10.7%) 순이다. 연간 총 가축분뇨 중 5458만톤(85%)은 퇴비와 액비로 자원화 되고 있다. 문제는 발효과정 중 악취로 인한 민원이 많다는 것이다.

 

국회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발효가 덜된 액비와 퇴비가 밭이나 논에 뿌려지고 있어 영농철인 봄과 여름에 전국적으로 악취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악취를 단속할 행정력도 부재하고 동시에 축산민의 경제적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에 강력한 단속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처한 딜레마를 지적했다. 한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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