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 오피니언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고문
오피니언
<이혜경기자의 여행기>
라다크 라미유르에서
기사입력: 2018/11/06 [09:45]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 포천뉴스

 

작년에 KBS에서는 ‘순례’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KBS 대기획  다큐멘터리 ‘순례’는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순례의 길이고 우리는 모두 그 길을 걷는 순례자다’라는 주제의 4부작 다큐멘터리 영화다. 첫 방송이 인도 ‘라다크’였다.

 

티베트 불교의 한 종파인 드룩파의 수행중 하나인 ‘패드 야트라(발의 여정)’를 동행 취재한 것이다. 300여명의 승려가 혹독한 추위의 히말라야 겨울설산을 넘어 마지막에 초모리리 호수에 도착하는 순례의 여정이었다.

 

비포장과 유실된 도로가 뒤섞인 고갯길을 긴 시간 덜컹거리며 우리는 그 초모리리 호수에 도착했다. 해발 4500미터에 위치한 이 호수는 히말라야가 융기할 때 바닷물이 같이 밀려 올라와 만들어진 염호로 진한 코발트블루색 잉크를  풀어놓은 것 같은 환상적인 천상의 호수인데 아쉽게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구토 증세에 몸도 지쳐서 호수 근처 캠프에서 여장을 푸는데 위편 동네에서 북소리가 크게 들린다. 북소리의 진원지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동네 한가운데 언덕에 위치한 곰파 (라다크 사원)가 진원지다.

 

 ‘ㅁ’자형의 사원 마당에는 동네사람들이 다 모여서 앉아있다. 큰 종교 행사가 있는 날인가 보다. 서성거리다가 우리도 섞여 앉아 있자니 전통차인 짜이와 먹을 것을 연신 갖다 준다. 마당가운데 있는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법당이다. 소리는 그곳에서 들린다.

 

북, 꽹과리를 울리며 경전을 읽고 법당 안은 많은 종류의 불상과 장식이 삼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어린 아들을 데려온 아버지가 아들에게 불상 앞에서 차례차례 기도를 올리게 한다.

 

정성껏 꼭 쥔 손이 예쁘지만 기도 할 도상이 너무 많아 보인다. 종교역사가 오래 되다 보면 섬겨야 할 상도 자꾸 추가가 되는가 보다.   

 

법당 밖의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초모리리 호수를 바라보니 우리가 흔히 보는 빗줄기 형태가 아니다. 시야가 광대하게 펼쳐 있다 보니 비 뭉치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저 멀리 호수 왼쪽에 있던 빗줄기 뭉치가 마치 긴 머리카락을 흐느적흐느적 늘어뜨리고 좌우로 요동치는 막대인형 마냥 호수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호수 오른쪽에서 우리일행들이 산책하는 것도 어렴풋이 보인다. 앗, 비가 곧 들이 닥칠텐데.... 아니나 다를까 호수에 갔던 일행은 속옷까지 홀딱 젖어서 왔다. 한 여름이라 해도 너무 추워서 곰파에서 내려오는 길에 동네에서 먹을 만 한 것을 찾아보았다.

 

건조한 동물의 배설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나지막한 흙집들 사이로 동네길이 있고 가게가 있기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라면 비슷한 것을 파는 조그만 식당이다. 서너 개 테이블이 있고 초모리리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약간 큰 테이블에는 앳된 승려 한명과 친구로 보이는 대여섯 명이 깔깔거리며 즐겁게 음식을 시키고 있다.

 

곰파행사가 있는 날이라 친구들이 타지에 나갔다가 고향에 와서 친구승려를 만나는 중인가 보다. 음식이 막 나와서 먹는데 외국여행객 넷이 들어온다. 

 

친구승려팀들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음식을 입에 넣다 말고 각기 그릇을 들고 어느 틈에 옆의 작은 테이블로 조용히 옮겨 앉고 의자가 없어서 둘은 서서 먹는다. 자리를 양보한 것 같다.

 

외국여행객은 양보한 테이블에 와서 앉더니 남는 의자 두개에 아무 생각 없이 자기네 가방을 척 올려놓고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아니, 작은 테이블의 승려 팀이 의자가 모자라서 둘이 서서 먹는데.. 그게 안보이나?  배려 DNA가 부재한가?’ 초모리리호수가 바라다 보이던 비오는 날의 라다크는 이렇게 공동체와 배려DNA를 혼자 중얼거리던 기억이 남아있다.

 

낯선 장소를 여행하는 것은 타인의 삶과 문화를 보면서 지금 흘러가고 있는 삶의 물결을 가끔씩 멍하니 바라다 볼 수 있어서 좋다. 그 멍해진 틈사이로 삶의 부족했던 이해력이 조금씩은 다듬어 지는 것 같다.

포천뉴스 포천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 pcnt.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후기 하하 18/11/07 [09:40] 수정 삭제
  마치 초모리리 호수와 마을의 전경이 눈앞 보이는 듯합니다 여정에 대한 여행기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