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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노트>
한목소리 낸 지자체와 사격장 주민들
"영평사격장을 폐쇄하라"
기사입력: 2018/02/12 [14:52]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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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현 기자

지난 11일 열린 사격장 주민간담회에서 국방부와 미군이 영평 미군사격장 주변지역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사격장대책위와 피해 지역주민을 비롯한 지자체는 사격장을 폐쇄 또는 이전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방부는 이 문제로 포천시민이 엄청난 고통과 피해를 받고 있어도 별다른 대안과 대책을 내놓지 못한 가운데 64년만에 처음으로 국방부 장관이 11일 오후 직접 포천을 방문했다. 영평사격장은 약 1천322만㎡ 규모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훈련장이다.

 

주민들은 최근 잇따라 사격 관련 사고가 났고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국방부와 미군 등이 뚜렷한 대책을 발표하지 않자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주민간담회라는 것은 시종 순탄치 않게 엉켜 있다가 막판에서야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향으로 정리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날 간담회 역시 그랬다.

 

문제는 정부와 주민이 각자의 주장대로 관심이 기울면서 벌어지는 대화 단절이고 소통의 부재다.

 

하지만 송 장관은 이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라며 "가장 짧은 시간 내에 가장 적은 예산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정부정책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종일관 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사격장 인근 주민들은 오랜 세월 사격장 소음 탓에 가는 귀가 조금 먹은 게 흠이지만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절차탁마를 거치지 않은 주민들의 거센 항변은 거칠었지만, 사격장 사람들의 주장이 설득력 있는 것은 그 주장에 담긴 공포와 진정성이 그들에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잔인한 겨울을 견디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칼날처럼 불의한 시대의 심장을 찌르고 꽃잎처럼 상처 난 가슴에 피어나는 그들의 주장은 '사격장을 폐쇄하라'는 단 한마디의 말로도 치명적이다.

 

그동안 그저 화려한 언술이나 내뱉으며 안전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거짓 희망만을 부풀린 이들은 얼마나 무력한가.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장식과 허영의 말들은 또 얼마나 부끄러운가.

 

하지만 사격장 주민들의 거친 말들은 수많은 길을 돌아 나온 끝에 정직한 절망과 상처와 슬픔과 기도만큼 깊었다.

 

피해주민들은 “국가안보를 위한다는 이유로 지난 60년을 군 사격장의 사격훈련과 헬기사격 도중 발생한 폭음과 굉음을 견디며 살아왔다"라며 “밤과 낮 없이 이어지는 사격 훈련에 포천에서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정신적 공황상태가 오고, 집·농산물·시설물 훼손은 물론 가축이 유산되는 등 피해가 막대하다"라고 말했다.

 

주민 A씨는 "국가안보 때문에 사격장을 없앨 수 없다면, 마을을 다른 안전한 곳으로 옮겨달라"면서 "그에 앞서 60여년 간 참고 살아온 것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번 사고가 난 집에 계시던 어르신들이 부들부들 떨고 계시는 걸 병원으로 모셨다"면서 "이제 주민들은 훈련만 시작되면 하루하루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그동안 정부와 미군에 ▲사격장 인근 마을 안전대책 강구 ▲야간사격 중지 ▲소음 등 피해보상 등을 요구해 왔으나,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이에 송 장관은 주민과 똑같은 마음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주민 편에서 일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사격장 폐쇄, 이전, 이주 등을 요구하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범대위는 주민들의 의견이 미군 사격장의 폐쇄, 이전, 이주 등이라며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김종천 시장을 비롯한 정종근 시의장, 김영우 국회의원, 최춘식 도의원, 이형직 시의원 등도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사격장을 폐지하라는 한목소리를 냈다.

 

김영우 국회의원은 "그동안 국방위원장으로서 말을 아껴왔지만 앞으로 사고가 나면 사격장 이전이라든지 사격을 중지하겠다는 미군의 전제조건부터가 잘못됐다"라며 주민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지금껏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 자체가 하늘이 도운 것이지만, 효순미선 사건처럼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한미동맹은 끝장이어 사고 후 대책을 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고 지적했다. 또 사격장이 위치한 불무산이 해발 579m로 너무 낮고, 주택지역과 너무 인접해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더 이상 포천시민의 삶이 직접적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 지속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춘식 도의원은 “국방부의 대책은 주민들의 여론을 무시하는 발상”이라며 “국방부가 유탄과 소음 피해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려는 게 아니라 미군과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이형직 시의원은 지난달 초에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영평사격장 피해현황을 보냈고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과 연락을 취했다며 "생명이 위태로운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라며 사격장 폐쇄나 이전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특히 해외순환부대의 사격훈련을 문제 삼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거론된 내용은 12일 청와대에 직접 전달하겠다고도 했다.

 

김진흥 경기도 행정2부지사 역시 군사기지 및 시설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중앙부처 합동지원 TF팀 구성, 소음· 진동 저감대책 및 도비탄 피해대책 수립, 기타 주민지원 사업 추진 등을 건의하며, 특히 TF팀에 주민들을 포함시킬 것을 주문했다.

 

지자체도 사격장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종천 시장은 "사격표적을 옮기거나 사격방향을 바꾸는 것 정도로는 근본적인 안전대책이 아니다"며 "인근 주민을 이주시키든가, 사격장을 폐쇄하든지 이전하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정부 및 주한미군을 상대로 피눈물 나는 활동을 전개해온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같은 포천시민으로서 눈물겹다. 60년 동안 고통받아온 포천시민들에게 지속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국방부를 향해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라며 강력히 촉구했다.

 

'무늬만 반대'가 아니라 시장이 직접 발언에 나서면서 야당 소속 강성 시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점차 확립해나가는 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포천시장으로서 더 이상 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것을 좌시하지 않는 것은 물론 문제해결을 위해서라면 투쟁이라도 감수하겠다는 강인한 의지를 표출한 셈이다.

 

정종근 시의장도 거들었다. "미군이 주장하는 안전대책은 기술적인 문제"라고 일축하며 사격장의 폐쇄, 이전, 또는 주민들의 이주를 요구했다.

 

그들의 주장에는 852일째 1인시위 현장에서 길어 올린 성찰의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참혹한 국가안보의 현장과 험난한 오지마을의 울부짖음과 한숨만큼 울림은 컸다. 그리고서 ‘정치만이 희망’이란 믿음을 다시 전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는 소통과 절차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격장 문제 등 포천의 뜨거운 감자를 서로 다른 곳만 보면서 대립할 게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보면서 갈등을 봉합하고 재도약의 기회를 찾는 사회 통합 노력이 정착돼야 한다.

 

주민이 정부와의 불화를 겪지 않을 때가 어디 있으랴만, 주민의 위력과 무력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시대야말로 역설적이게도 축복일 수 있다.

 

주민들의 말들이 모이면 얼마나 굳센가를 정부는 비로소 깨달을 혁명적인 때를 맞이할 것이다. 그렇게 힘을 쓸 말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길 응원한다.

 

주민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 그래야만 포천이 ‘갈등 속에 낙후된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진정성으로 두드리는 문은 언제나 유효하다. 모처럼 남북 경색 국면을 벗어나 평창 평화올림픽에서 훈풍이 불고 있다.

 

인류의 목표인 공존과 평화는 영평사격장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이 될 것이며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가지고 있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비춰줄 것이다.

 

그러니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똑같이 외친다. '희미한 불빛만 살아 있다면,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양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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