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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란 이름을 조용히 불러 봅니다
신은화 시민기자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기사입력: 2016/12/21 [10:53]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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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화 시민기자  © 포천뉴스


아버지. 아버지란 이름을 쓰면서 한참동안 마음으로 되새기다 다시 이 글을 적어 내려갑니다. 제가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는 아마 사춘기 때 처음 써본 이후로 이제 중년을 넘어서면서 또 이렇게 동짓날 아침에 아버지께 편지를 써 봅니다.

 

제게 어릴 때 아버지는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마냥 무뚝뚝하기만 하셨는데 약주 한잔 하시면 노래를 부르기도 하시는 아버지가 가끔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부를 줄 아는 노래는 딱 한곡뿐인 타향살이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타향살이 노래가사가 10여년에서 20년 30년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아버지가 그리워하는 고향을 나도 모르기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과연 아버지의 고향은 어떤 곳일까 하고 망연하게 떠 올려 보기도 하고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그리워하던 고향땅을 아버지께서 드디어 밟으셨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보아온 아버지의 일생은 새벽부터 잠 늦게까지 일만 하시고 자식들에게 표현도 잘 안하시는 감동도 즐거움도 없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고향인 대한민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아버지의 표정은 들떠있으셨고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때 아버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는 고향의 하늘은 그 어느 하늘보다 넓고 푸르다 하셨고 공기는 그 어느 곳보다 맑고 깨끗하다 하시면서 뿌듯해 하시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저는 처음으로 아버지께도 설렘과 감동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너무 어릴 적 배운 가난이라서 지금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이제는 더 늙을 것도 없이
뼈만 남은 빈털뱅이 아버지가 어디서 그렇게 많이 드셨는지 붉게 물든 옷자락 흩날리며 내 옆자리 슬그머니 오시어 두 손 그러쥐고 우십니다.“는 육근상 시인의 ‘가을비’라는 시처럼.

 

자식들에게마저 칭찬과 표현에 인색했던 아버지께서는 고향땅을 밟는 날 하루 종일 고향자랑만 하셨습니다. 전 그때 아버지에게 고향이란 어떤 곳인지 아버지의 꿈이 무엇이었는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아버지에 대해 몰랐던 게 너무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선 그렇게 그리던 고향에 돌아 오셔서도 잠시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 오셨습니다.

 

가난은 대를 이어 설움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살아서 가난이 종종 다음 세대의 가난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 다섯 남매도 모두 남부럽지 않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혹여나 자식들에게 부담이 될까 자식들이 용돈을 드려도 화내면서 뿌리치는 아버지.

 

아버지께서 바라는 것은 그래도 오직 자식들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변함없는 사실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엄마! 저에게는 아버지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부모님이 계셔서 얼마나 다행이고 든든한지 모릅니다. 아버지 엄마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저희와 함께 할 수 있기를 마음 속 깊이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신은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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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름, 아버지 사랑 16/12/21 [11:14] 수정 삭제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은은하게 베어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새삼 저희아버지를 떠올리게 되네요~
동짓날 따뜻한 팥죽 한그릇 대접해드려야 겠습니다.
힘없이 늙어가시는 아버지 생각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ㅠㅠ
아버지 고기자 16/12/21 [13:04] 수정 삭제
  어느날 엄하시고 무섭기만 하던 아버지의 작은 어깨를 보고 눈물이 났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름 늘... 16/12/21 [13:51] 수정 삭제
  아버지를 떠 올리게 되는 나이가 되면 철이 든건가..ㅎ
아버지 윤아무개 16/12/21 [22:38] 수정 삭제
  꾸밈없이 순수하고 멋스럽지 않게 소박한 문장을 읽어보면서 지난일을 뒤돌아 보게됩니다. 은화씨는 그림 문학 ,다양한 소질을 갖추셨습니다.
늘 처음처럼 은화 16/12/22 [01:11] 수정 삭제
  과찬이십니다 ㅡㅡ;;;조금씩 배워가고 알아가는 저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 너무 감사합니다.꾸벅~ 2017년에 만사형통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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